위고비(Wegovy).
최근 체중 감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물론, 유튜버 빠x보틀, 하이브의 방xx 의장까지—체중 감량에 성공한 인물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하나같이 위고비가 있었습니다.
다이어트는 늘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 약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기존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경험했다고 말하죠.
그렇다면 이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도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 있길래 그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는 걸까요?
그리고 또 하나, 왜 하필 주사제일까?
다음 글에서 위고비 이후의 미래를 다루기 전에, 오늘은 먼저 이 약물의 핵심 메커니즘인 ‘GLP-1’과 그 수용체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해요.
1. GLP-1, 그게 뭔데?
GLP-1은 우리 몸에서 특정 수용체인 GLP-1 receptor(GLP-1R)에 작용하여 다양한 효과를 나타내는 호르몬입니다.
이 호르몬은 펩타이드(단백질) 계열로, 아미노산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물질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GLP-1은 주로 식후에 장 점막과 췌장(이자)에서 분비됩니다.
즉, 식사 후 영양분이 소화관을 자극하면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호르몬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GLP-1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인크레틴’(Incretin)입니다.
이건 혈당이 올라갔을 때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예요.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식사를 하면 혈당이 오르고 → 인크레틴이 분비되고 → 인슐린이 촉진 by incretin → 혈당이 다시 내려가는,
이런 자연스러운 혈당 조절 루틴의 일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우리 몸이 원래 갖고 있는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 중 하나죠.
하나 아쉬운 점은, GLP-1은 작용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혈중에서 단 1~2분만 활성 상태로 머물고,
곧바로 DPP-4(Dipeptidyl Peptidase-4)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그 효과가 사라지게 됩니다.
2. GLP-1R (GLP-1 Receptor, GLP-1 수용체)
그렇다면 GLP-1이라는 호르몬이 피를통해서 전신을 돌다가 몸의 어딘가에 있는 GLP-1R에 붙어서 어떠한 역할을 나타내게 될까요?
GLP-1R를 knock out 즉 제거한 쥐 model을 이용하여 아래와같은 보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중추신경계에서 식욕 조절에 관여
- 수용체 결손시 식욕 증가 → 체중 증가
-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 조절에 관여
- 수용체 결손시 췌장의 기능 저하, 호르몬 균형 및 혈당 항상성에 영향
- 심혈관계에도 발현되어 있으며 이는 GLP-1R가 심혈관 기능 이상과도 연관 될 수도 있을 가능성도 제기
3. GLP-1RA (GLP-1 Receptor agonists, GLP-1 수용체 작용제)
이러한 GLP-1 의 GLP-1R에 작용을 모방한 약물이 바로 GLP-1RA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GLP-1 의 구조를 변형하여 만들어진 합성 단백질 제제가 곧 그 유명한 위고비(Wegovy: 상품명, Semaglutide: 성분명) 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위고비까지 개발되어 왔는지 간단하게 역사를 한번 보도록 해요. 아래 사진은 gila monster(아메리카 독도마뱀) 입니다.

도대체 이 도마뱀이랑 GLP-1RA랑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바로 이 도마뱀에서 exendin-4라는 펩타이드(단백질)가 발견되었고 이것이 바로 GLP-1과 상당히 유사했다는점이 포인트입니다. 아까전에 GLP-1은 DPP-4에 의해서 쉽게 분해된다는 점 혹시 기억하시나요? 이 단백질은 DDP-4에 의해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서 오랜시간 작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답니다.
이러한 연유로 이는 exenatide라하는 이름하에 FDA로부터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 받았으며 이를 시작으로 해서 다양한 GLP-1 작용제 간의 개발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아까 knock out mouse 모델에서 GLP-1 수용체가 작동을 못하면 식욕증가로 인한 체중 증가 = 다르게 말하면 작용하면 식욕 억제로 인한 체중 감소 라는 점을 이용하여 체중 감량제로도 개발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4. 어떠한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까?
자 여기서 문제점은 바로 GLP-1 이 단백질 이라는 부분입니다. 여러분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연결되어서 이루어진 고분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단백질은 아미노산의 서열도 중요하지만 3차원적인 배열도 상당히 작동하는데 중요합니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열과 산에 의하여 3차원적인 구조가 쉽게 틀어 질 수 있습니다. 한번 틀어지게 되면 자연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계란을 익히게 되면 아무리 불을 다시 꺼서 열을 식힌다 하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것과 같은 원리죠. 제가 왜 주저리 주저리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혹시 눈치 체셨나요?
네 바로 저희가 먹게 되는것은 위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위를 통과한다는것은 매우 강한 산성을 통과함과 동시에 추후 위와 소장에서의 소화효소에도 분해되지 않아야하며 혹여나 다 버텼다 하더라도 이것이 온전한 형태로 몸에 흡수되어 혈류를 통하여 전신에 돌며 효능을 나타낸다는것은 너무나도 넘어야할 산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허들을 넘어서려면 주사제밖에 방법이 없는것이죠.
그래서 많은 제약회사들이 주사제로써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 경구형 약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사제보다는 경구로 먹는점이 더 편하겠죠? 다만… 당연히 이론은 좋지만 경구로 개발한다는점이 쉽지는 않습니다. 또 경구로 개발된다 하더라도 효능이 비슷해야 의미가 있겠죠. 아무리 경구로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효과가 주사제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이야기 이기 때문입니다.
자 그러면 경구용 개발은 힘들고 그러면 어떠한 방식을 택해야 환자들이 더 편하게 약을 소비할 수 있을까요?
네 ~ 바로 분해가 잘 안되도록 개발하게 하여 (=반감기를 길게하여) 주사를 조금만 맞으면 됩니다.
그래서 많은 제약회사들이 반감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을 해왔고 이에 성공한 상품이 바로 위고비 입니다. 대표적으로 삭센다(liraglutide)는 매일 1회 주사를 맞다가 위고비(semaglutide)는 1주일에 한번만 맞으면 됩니다.
그러면 이것이 전반적인 개발방향의 끝일까요? 아니요~~ 제약회사들이 비만 시장이 돈이 된다는 부분을 캐치한 이후 GLP-1 agonist 뿐만아니라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중 하나인 GIP에 대한 agonist, Glucagon(글루카곤) receptor agonist, amylin agonist등 여러가지 체중감량에 효능이 있을것으로 예상되는 물질을 엮어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글을 또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가지를 엮어서 개발한 대표적인 약물이 바로 상품명 Zepbound(성분명 Tirzepatide)입니다. 젭바운드는 GLP-1 + 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라 하여 dual incretin agonist로 개발된 약제입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wegovy와 직접적으로 비교하여 효능이 무엇이 좋다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환자군으로 이루어진 임상결과를 그냥 대충 옆에다 놓고 보았을때는 젭바운드 효과가 더 좋을것으로 예상되어 떠오르는 신흥 강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론
지금까지 이제 간단하게 위고비에 대해서 설명 드렸는데요 실은 위 글 내용들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하나의 글에 다 작성할 수가 없어서 전반적인 개요에 대해서만 설명 드렸습니다. 다만 제가 글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여러분들이 제일 궁금해 하시는 효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했는데요 다음 글에서 먼저 이러한 약제들이 어떠한 적응증의 환자에서 어떠한 효능을 보였는지 여러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시리즈로 나누어 작성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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